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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썰물밀물] 우뭇가사리 바이오산업
21/04/20 13:47 | 대외협력처 | View 11240 | Comments 0
http://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090300
 
물안경을 쓰고 들어가보면 바다 밑에도 육지처럼 있을 게 다 있다. 산도 있고 계곡으로는 강물(조류)이 세차게 흐르며 사막(모래밭)도 볼 수 있다. 바다에도 숲(해조류)이 있어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온갖 물고기들의 산란장소가 되기도 한다. 해조류에 대해 일찍부터 밥상에 올렸던 한국, 일본 등에서는 '바다의 채소'로 본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바다의 잡초(Seaweed)'라 했다.

▶과거 끼니가 어렵던 시절, 전국의 해안가 지방에서는 바다풀이 중요한 식재료였다. 겨울이 시작되면 푸성귀라고는 김장김치뿐이던 시절이다. 미역이나 다시마, 김은 장에 내가 돈을 사는 '상품' 인지라 만만하지 않았다. 긴 겨울 바닷가 마을의 허한 밥상은 돈 안되는 바다풀들이 채워줬다. 톳이며 모자반, 듬북, 서실, 도박 등 동네마다 이름도 제각각이었다. 손발은 시려도 바다만 나가면 지천이던 시절이다. 끓이고, 데치고, 무치고, 볶고, 모든 조리가 가능했다. 없는 집에서 초상을 치룰 때도 바다풀이 손님상을 차려줬다. 가장 많이 먹던 모자반을 경상도 동해안 지방에서는 '진저리'라 불렀다. 철없는 아이들은 겨우내 진저리나게 먹어야만 해서 붙여진 이름인 줄 알았다.

▶그런 해조류들이 웰빙 시대를 맞아 뜨고 있다. 우선 해조류는 알칼리 식품이다. 단백질이나 탄수화물은 물론, 비타민과 미네랄도 풍부하다. 산후에 먹는 미역처럼 피를 맑게 해주고 활성산소 생성을 억제한다. 탄수화물의 대부분은 식이섬유로 장을 깨끗하게 해준다. 이제 제주도를 다녀 온 사람들이면 '몸국' 맛을 알게 됐다. 제주 흑돼지를 삶은 육수에 모자반을 넣어 끓인 국이다. 진도를 여행하고 온 이들은 '뜸북국'을 먹어봤다고 자랑이다. 소뼈나 돼지뼈에 해조류 듬북을 듬뿍 넣어 끊이는 토속음식이다. 요즘 톳은 동네 수퍼에까지 퍼져 있다. 김은 전 세계로 수출돼 '바다에서 나는 검은 반도체'라 불린다.

▶우뭇가사리라는 해조류도 있다. 일본에서는 워낙 귀한 바다풀이라 해서 천초(天草)라 불린다. 수출입국을 부르짖던 시절에는 전량을 수출, 어촌 마을의 큰 소득원이기도 했다. 식용으로는 묵(우무)으로 만들어 여름철 별미로 먹는다. 그보다는 미생물 배양에 필수적인 한천의 원재료여서 바이오 시대를 맞아 몸값이 더 올라있다. 인천시가 이런 우뭇가사리의 대량 스마트 양식단지를 만들어 수출에 나선다고 한다. 최근 국제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는 북한 마합도를 양질의 우뭇가사리 최대 군락지로 꼽았다. 그런데 옹진군의 섬 해안에도 같은 종의 우뭇가사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바이오 산업 선도 도시에 걸맞는 프로젝트이긴 하다. 다만 관에서 너무 나섰다가 흐지부지된 과거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이 걱정이지만.



/정기환 논설실장

출처 : 인천일보(http://www.incheonilbo.com)